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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Movie

방가? 방가! (2010) / 김인권

백수 방태식
여기 또 한 명 젊으나 (사회에서 말하는) 능력치 떨어지는 백수가 있다. 뭐 하나 잘 하는 일이 없어 제대로된 일자리 한군데서 오래버텨내지를 못한다. 외모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동남아"라는 별명이 따라 다니던터라 어느날 외국인 노동자 무리들 사이에 우연히 끼여서 외국인 행세를 하며 여러 직장을 전전하게 된다. 그 마저도 제대로 행세를 하지 못해서 이곳 저곳을 떠도는 터에 고향 친구의 반강요에 못이겨 "부탄"인 행세를 하게 되는데 그 단순한 이유중 하나는 한국에 체류중인 부탄인은 대사와 대사 부인 밖에 없기 때문에 들통날 일이 없다는 거다.

김인권의 재발견
배우 김인권은 그 동안 어떤 영화에서 어떤 역을 맡았는지 별로 생각나지 않았을 정도로 나에게 있어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얼마전 "해운대"에서 또 다른 백수 건달역을 했던 정도의 기억 뿐)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의 씽크로률은 90%이상 이였다. 한편으로 어딘지 모르게 정말 동남아 어디선가 왔을 것 같은 외모에, 좋게 말해 순수한 시골 청년의 모습을, 심난하게 표현하자면 찡그린 얼굴 만큼이나 앞날에 먹구름만 잔뜩 끼여있을 것 같은,... 그런 모습이 꼭 들어맞아 보였다.

한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는 한국인이면서도 외국인 행세를 하는, 아니, 외국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부탄인' 방가로 시작한다. 한국인 직원들은 외국인 직원들을 외면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방가를 왕따시킨다. 그들에게도 방가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일 없는 무능한 인물인 거다.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기울이다, 우여곡절 끝에 외국인 노동자 대표역까지 맡더니 결국엔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그 '일원'으로서 그리고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차별에 대해서 나서서 반발한다.

범 세계적인(!) 눈물 한 움큼의 트로트
한국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연을 통해,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이라는 트로트를 한국 사람만큼이나 (실은 더) 감정을 실어 부르는 그들을 통해 한 번더 눈물샘을 자극한다.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서 아카펠라 버전으로 부르는 그들의 "찬찬찬"은 그네들의 "한"이 서려서 또 다른 트로트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중의 클라이맥스라 생각되는 장면이다. 힘든 사람살이는 세상 어디라도 마찬가진게지...

노래자랑 무대에선 정작 준비한 노래는 부르지 못하고 방글라데시(?) 노래를 원어로 부른다. 가사는 이해되지 않으나 그 느낌만으로 충분히 감동이 전달되는 장면이다.



사랑, 사랑, 사랑
베트남 출신의 애 딸린 유부녀인 (그러나 아름다운) 장미와의 러브라인은 또 다른 볼 거리다. 사랑얘기가 빠져서야 되겠는가.
선이 갸녀리게 예쁜 그녀는 정말 베트남 사람을 배우로 썼나 싶은 생각을 했을 정도의 외모였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한국배우 신현빈 이였다.

난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비록 영화 자체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일방적인 해피엔딩으로 몰아가진 않는다. 마지막 장면은 약간 몽환적인 장면으로 행복한 (또는 행복하길 비는) 그네들의 모습이 비춰지긴 한다. 다만, 정말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예전 처럼 그렇게 나와는 다른 사람들, 부딪힐 일이 없을 사람들이라는 생각, 그리고 동남아 사람들이라고 깔보는, 그런 내 고정관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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